통증 치료를 아무 병원에서나 받으면 안 되는 이유
통증은 몸이 보내는 신호인데, 그 신호가 어디서 오는지를 먼저 짚지 않으면 치료가 엉뚱한 자리로 향하게 됩니다. 허리가 아프다고 꼭 허리 디스크가 원인인 것은 아니고, 목이 아프다고 늘 목 디스크가 문제인 것도 아니에요. 통증이 시작된 자리와 그 통증을 만들어 내는 구조는 서로 다른 층에 놓여 있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치료를 거듭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얼마나 자주 맞았느냐’를 들여다보다가 한참 뒤에야 처음부터 치료 표적이 어긋나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통증 치료에서 어떤 차이가 결과를 가르는지, 이 글에서 살펴볼게요.
몇 달째 같은 곳이 반복해서 아프다면, 치료 횟수보다 먼저 의심해야 할 것

같은 부위 통증이 몇 달째 반복된다면, 치료를 한 번 더 받기 전에 치료 표적이 처음부터 맞았는지 부터 점검해 볼 시점입니다. 진료실에서는 이런 흐름을 자주 보게 됩니다. 한 분이 허리 통증으로 가까운 병원을 먼저 찾고, 주사나 물리치료로 잠시 나아졌다가 다시 아파지는 과정을 서너 번 반복한 뒤에 통증의학과 진료실로 옮겨 오는 경우예요. 어느 진료과를 거쳤든 공통점은 비슷합니다. 치료를 게을리한 분은 거의 없어요. 때가 되면 병원을 찾았고, 처방대로 따랐는데도 같은 자리가 계속 아팠습니다.
이 패턴이 30~40대 직장인에게 유독 반복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통증을 참다가 한계에 다다른 시점에 ‘일단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하게 되고, 그 선택이 이후 치료 경로의 시작점이 되거든요. 참다가 급해진 순간의 결정은, 정확한 판단을 위한 여유가 가장 적은 순간의 결정이기도 해요. 그래서 통증 원인을 확인하는 단계가 처음부터 비어 있는 채로 치료가 출발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MRI에 디스크가 보여도 그게 통증의 진짜 원인이 아닐 수 있다
MRI는 ‘무엇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무엇이 아프게 하는가’를 확정하는 일은 별개의 임상 판단 단계예요. 이 단계를 거치는지 여부에 따라, 시술 바늘이 닿기 전부터 목표 지점이 달라집니다.
허리 MRI에서 디스크 탈출이 확인됐다고 해도, 실제 통증의 출처가 후관절(척추 뒤쪽에서 두 척추뼈를 잇는 관절)인 사례가 적지 않아요. 이럴 때 진단적 신경차단술, 즉 의심되는 부위에 소량의 마취제를 먼저 넣어 그 부위가 실제 통증을 만들어 내는지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 없이 시술을 진행하면, 아무리 정밀하게 이루어지더라도 처음부터 다른 자리를 치료하게 될 수 있어요.
건물에서 연기가 보인다고 해서 연기가 나오는 자리가 곧 불이 난 자리는 아닌 것과 비슷해요. 연기의 출처를 먼저 확인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자리만 진압하면, 진짜 불은 그대로 남습니다. MRI에 잡힌 디스크가 통증을 만드는 주범인지, 함께 관찰되는 동반 소견인지를 같이 따져 봐야 한다는 의미예요.
표적이 정해진 뒤에도, 그 약을 정확히 그 자리에 넣는 일은 또 다른 과제예요. 대표적인 예가 경막외 주사(척추 안쪽 경막 바깥 공간에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입니다.
영상 장비 없이 맞는 주사가 왜 다른 결과를 낳는가
요추(허리) 부위의 경막외 공간은 명함 한 장 두께 정도로, 보통 5~6mm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요. 경추(목) 쪽으로 올라가면 이 공간은 더 좁아져 1~3mm 정도까지 줄어듭니다. 이 좁은 공간에 약물을 정확히 넣으려면 바늘 끝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해요. 영상 유도 없이 시술하면, 약물이 의도한 위치에 실제로 들어갔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시술이 마무리됩니다.
목(경추) 신경차단술에서는 이 문제가 한층 더 무겁게 다뤄집니다. 척추동맥과 목표 신경근이 수 mm 이내로 매우 가깝게 주행하는 자리이기 때문이에요. 혈관과 신경이 이렇게 인접한 자리에서, 실시간 영상 유도 없이 주사하면 약물이 혈관으로 유입되는지 확인하는 안전 점검 단계 자체가 생략됩니다. 장비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느냐의 문제라기보다, 그 장비 없이는 수행될 수 없는 안전 절차가 있다고 이해해 두시면 좋아요.
주사 맞고 나아졌는데 왜 또 재발하는 걸까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며칠이 지나 통증이 줄어드는 그 시기, 이때를 ‘치료 완료’로 받아들이는 순간이 사실은 가장 결정적인 갈림길입니다. 통증이 줄었다는 건 그 구조에 가해지던 자극이 잠시 가라앉았다는 신호이고, 통증을 만들던 원인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남아 있을 수 있어요. 이 시기는 오히려 재활을 시작할 수 있는 창 이 열린 순간입니다.
이 시기에 어떤 재활도 이어지지 않으면, 스테로이드 효과가 소진된 뒤 더 진행된 상태로 돌아오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같은 부위에 스테로이드를 단기간 내 반복할수록 또 다른 부담이 더해져요. 힘줄이나 인대처럼 이미 자극을 받고 있는 구조에 스테로이드가 반복되면, 통증 신호는 줄더라도 그 조직 자체의 회복력이 떨어지는 흐름이 누적됩니다. 통증을 줄이려고 맞는 주사가 쌓일수록 조직이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은, 첫 시술 전에 명확히 듣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주사 후 통증이 줄어드는 시기는 치료 마무리가 아닌, 재활을 시작할 수 있는 창입니다.
시술 후 집으로 돌아간 며칠,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위험 구간
경막외 주사 후 감염 합병증의 증상은 시술 직후에 곧장 나타나기보다 보통 수일에서 1~2주 사이에 뚜렷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 시기에 발열이 생기거나, 시술 전보다 요통이 뚜렷하게 심해지거나, 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지는 느낌이 온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신호입니다. ‘원래 아픈 것’이나 ‘시술 후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넘기기 쉬운 시기여서 더 주의가 필요해요.
경막외 공간에 세균 감염이 진행되면 농양이 형성되면서 신경을 압박하게 됩니다. 이 상태는 수술적 배농이 필요한 응급 상황으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어요. 이 위험 구간을 환자 혼자 보내게 하는 환경에서는 이상 신호를 제때 알아채기가 어렵습니다. 시술 후 어떤 증상이 생기면 즉시 연락해야 하는지, 추적 관찰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미리 안내받았는지가 조기 발견과 방치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로 작용할 수 있어요.
다른 병원에서 이미 치료받았는데 낫지 않았다면 지금 확인할 것
이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효과가 없었다면, 먼저 이 질문을 떠올려 보세요. “시술 전에, 어디서 통증이 오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단계가 있었는가?” 이 한 질문이, 지금까지의 치료 경로가 올바른 표적을 향하고 있었는지를 소급해서 가늠하게 해줍니다.
이 단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고주파열응고술(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을 고주파 열로 차단하는 시술) 같은 확정적 시술 앞에는, 진단적 신경차단술로 그 신경이 실제 통증 원인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선행 단계가 자리해야 합니다. 표로 보면 차이가 한눈에 들어와요.
| 구분 | 진단적 블록 선행 있음 | 진단적 블록 선행 없음 |
|---|---|---|
| 표적 확인 | 시술 전 통증 원인 확인 | 영상 소견으로 추정 |
| 결과 해석 | 효과 없으면 표적 재검토 가능 | 원인 불명확한 채 반복 가능성 |
이 단계 없이 진행된 시술이라면, ‘효과가 없었다’는 결론을 시술 자체의 한계로 보기보다는 치료 표적을 정하는 과정이 비어 있었다는 신호로 해석해 볼 여지가 생겨요. 지금 필요한 건 더 강한 시술보다, 원점에서 다시 원인을 확인하는 단계일 수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 병원이 맞는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항목들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모입니다. 통증 원인을 먼저 확인하는 진단 단계가 있는지, 시술 중 실시간 영상 유도가 이루어지는지, 시술 후 이상 증상을 추적하는 관찰 체계가 있는지. 이 세 가지는 특정 대형 병원만 갖춘 조건이 아니에요. 가까운 진료실에서도 직접 물어보고 확인해 볼 수 있는,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항목 중 일부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시작은 이 한 마디를 꺼내는 것이에요.
“시술 전에 어디서 통증이 오는지 먼저 확인하는 과정이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의 방식이, 그 진료 환경에 진단 단계가 자리해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만약 지금 같은 부위 통증이 반복되고 있다면, 치료 횟수를 더하기 전에 이 질문을 들고 가까운 통증의학과 진료실에 한 번 들러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